시급제 얼마나 공정하게 적용되고 있을까요? 복지나 공공일자리, 재정지원 사업을 지켜보다 보면 “최저임금 몇 원”으로 모든 업무를 일률적으로 정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 전체가 최소한의 시급만 보장하면 공정하다고 여기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같은 1시간을 일하더라도 업무의 강도나 위험도, 감정노동의 수준이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차이가 무시된 채 동일한 임금이 적용되는 현실은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 영역에서는 정부 예산으로 추진되는 사업들이 많다 보니, 행정 편의나 효율성을 이유로 시급을 단일하게 적용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화된 시급 체계가 결과적으로는 형평성과 공정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동일 시간 = 동일 임금이라는 단순 논리로만 보상체계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시급제
한국의 시급제는 최저임금만 맞추면 된다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공근로나 재정지원 일자리, 심지어 민간 영역에서도 폐기물 분리작업, 방역, 고소작업처럼 분명히 노동강도가 다르고 위험한 일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일률적으로 단순 사무보조나 안내업무와 동일한 시급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도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근로기준법에서 위험수당을 강제하지 않다 보니, 결국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정하지 않는 이상 비정규직이나 플랫폼노동자,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노동강도를 고려한 보상을 거의 받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결국 더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선택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며, 사회적 가치인 공정한 보상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조차 동일 시급만으로 사업을 운영한다면 민간에도 잘못된 기준을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외국의 사례
해외 사례는 다릅니다.
독일은 고소작업이나 유해화학물질 취급 등 고위험 직종에 법적으로 위험수당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직무평가(Job Evaluation) 제도를 통해 책임·기술·스트레스 수준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임금에 반영합니다.
미국도 공공부문이나 병원, 건설업 등에서 직무급(pay-for-job)을 운영해 동일 시간이라도 직무 가치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합니다.
일본 역시 방사선, 전력설비, 건설 분야처럼 위험도가 높은 직종에는 ‘위험작업수당’을 법적으로 보장해 최저임금 위에 추가 보상을 붙이고 있습니다.

형평성과 공정성 저해
그렇다면 왜 한국은 이런 노동강도 차등 보상이 어려운 걸까요?
우리나라의 시급 체계는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제를 기준으로 운영되다 보니, 시급을 단순하게 통일해 적용하는 편이 행정적으로 훨씬 쉽고 빠릅니다.
특히 공공근로나 재정지원 일자리의 경우, 한정된 예산과 짧은 사업 기간 안에 빠르게 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별로 난이도나 위험도를 따져가며 임금을 세분화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의성 중심의 방식은, 결과적으로 노동강도가 훨씬 높고 위험이 큰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동일 시급을 적용하면, 상대적으로 쉬운 업무를 맡은 사람과 훨씬 더 힘들고 부담이 큰 업무를 맡은 사람이 같은 보상을 받게 되므로, 공정성과 형평성의 원칙을 해칠 수밖에 없습니다.

사례 요양보호사
이 문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가 바로 요양보호사입니다.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이 집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는 일을 합니다.
이때 시간당 12,300원의 시급을 받는데, 이 금액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정한 기준입니다.
하지만 어르신마다 필요한 돌봄의 수준은 매우 다릅니다.
거동이 어렵거나 치매가 심한 2급 어르신은 식사나 위생관리, 이동까지 거의 전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고 4급 어르신은 일상생활의 독립성이 어느 정도 유지되어 도움의 강도가 훨씬 덜한 편입니다.
물론 여기서 더 정확히 구분하면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어르신을 돌볼 경우 일일 3시간을 채웠을 경우 시급은 1,000원을 더 얹어주고 3시간에서 미달될 경우에는 이마저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요양보호사분들은 돌봄이라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지만, 이렇게 업무의 강도와 신체적·정서적 부담이 크게 다름에도 등급에 상관없이 동일한 시급을 받게 되는 것은 공정성이 결여된 부분입니다.
돌봄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공정하게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앞으로 더 고민되어야 합니다.

마무리
같은 1시간을 일해도 업무 난이도나 위험도가 다르면 당연히 보상도 달라야 한다는 원칙을 한국의 시급제는 아직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공공부문부터라도 노동강도, 직무 난이도, 위험도를 평가해 임금이나 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구조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요양보호사나 다른 직종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으신 경험이 있다면 댓글이나 메시지로 알려주세요.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들어보고, 필요하다면 추가로 취재해서 계속 이어가겠습니다.